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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소식

원본 데이터가 결여된 재현연구?


재현연구(replication study)는 주로 의약학 임상시험 관련 연구에서 많이 시행되며, 기존 선행 연구와 동일한 방법을 다른 대조군 또는 환자에게 적용하여, 선행 연구와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검증하는 연구입니다. 

재현연구는 연구의 재현 가능성과 객관성을 확인하는 연구로써,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상시험 분야는 연구 결과의 실제적 적용이 매우 중요하므로, 재현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재현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나 이슈가 되는 연구를 하는 것이 경력이나 학계에서 영향력 증대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재현연구는 이미 나온 연구 결과의 재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연구이므로 해당 연구의 영향도 측면에서 덜 매력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재현연구를 방해하는 실체

재현연구는 그 결과가 일반적인 과학계의 직관에 반하는(counterintuitive)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 출판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재현연구는 과학계의 일반 상식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여겨지고 있으므로, 과학계에서 별 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재현연구를 통해 원래 연구(original study)에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원래 연구의 저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원 저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 답변이 온다고 하더라도, 해당 답변은 주로 재현연구의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일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존 연구 자료는 미래의 재현연구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원래 연구의 저자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독점 배타적인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며, 다른 연구자의 이견 제시도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동료 연구자들은 재현 연구를 통해 원래 저자의 신뢰성이나 전문 지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야 하므로, 이는 적지 않은 각오를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신뢰하되, 검증하라

과학적 방법론은 가설을 실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를 지속적으로 반복 검증함으로써, 객관성과 재현 가능성을 높여가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연구 결과도 단정적이거나 결정적인 것은 없으며, 오류가 있는 경우 재현 연구를 통해 수정되는 것이 정당하며 합당한 과학적 연구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현연구 수행 연구자는 원본 연구의 방법론을 신뢰하며 연구를 진행하되, 오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재현연구의 데이터

재현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원본 연구의 정보 및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존 연구의 내용, 재료, 요건 등은 지적재산권 설정 등을 통해 독점 배타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데이터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재현연구는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불완전한 데이터와 재현연구의 어려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재현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가 불완전한 상황이 많으므로 많은 연구자들은 재현연구를 수행하는데 매력을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저널도 재현연구는 반직관적(독창적)인 경우가 아닌 한, 출판하는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재현연구를 둘러싼 상황은 프로보노(pro bono)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재현연구에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 연구자의 관심도 적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일부 전문적이거나 사명감이 있는 연구자들만이 재현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마치 법조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가 없는 개인 혹은 단체에 대해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 공익변호사의 프로보노(pro bono) 상황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재현연구의 지속적 감소는 원래 연구의 과학적 방법과 그와 관련한 객관성, 재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