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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순수 연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순수” 연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Pure Research”입니다. 이 말은 연구의 목적이 오로지 기존 지식에 새로운 지식을 더해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경우의 연구를 말합니다. 일부 비평가는 이러한 순수 연구가 실용적 결과나 경제적 성과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명확한 연구 기준 없이 해당 연구에 기여하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응용 연구란?
그렇다면 응용 연구란 무엇일까요? 영어로는 “Applied Research”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응용 연구에서는 일반적 질문 사항이 아닌 특수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노력합니다. 즉, 인간의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실제적 응용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응용 연구는 실제로 상업화되어 연구 자금의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순수 연구 vs 응용 연구
순수 연구는 순수한 과학적 발견을, 응용 연구는 과학적 성과를 실생활에 응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는 뇌에 관해 이미 밝혀진 지식에 대해 추가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순수 또는 기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직접적인 응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반면 응용연구의 경우, 파킨슨병의 치료법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는 새로운 뇌 심부 자극(deep brain stimulation; DBS)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응용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실제 환자 치료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 제넨택과 같은 바이오테크 회사들에서는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투과 가능한 약물 개발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며, 이는 실용화되면 기존 약물 전달 기술에 많은 혁신을 가져다 줄 응용 연구에 속합니다.

연구의 재정적 현실
순수 연구의 가장 큰 제약은 바로 연구 기금의 제한입니다. 연구자들은 한정된 연구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프로젝트 그룹에 비해 자신의 연구가 우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연구 기금의 약 70%가 민간 부문에서 오므로 연구자는 필연적으로 이러한 자금 후원자를 신경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자신이 진행하는 A 프로젝트의 자금이 B 프로젝트에 비해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를 보고해야 합니다. 결국 순수 연구보다 응용 연구가 살아 남기에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명확한 투자 수익률(ROI)를 제공할 수 없는 연구는 배제되는 것이 연구 환경의 현실이라면, 앞으로 순수 연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연구는 든든한 기반이 필요하다
응용 연구가 실제적 연구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 보다 광범위한 기초 순수 연구로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기초 연구보다 응용 연구가 더욱 중시되는 풍토가 지속된다면 결국 응용 연구를 위한 데이터 풀도 고갈되고 말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기초 연구로부터 얻은 데이터가 갱신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데이터를 여러 응용 연구에 사용하게 된다면, 결국 대부분의 응용 연구는 동질화(homogeneity)되고 말 것입니다. 

풍부한 연구 자금을 지원 가능한 민간 기관들이 응용 연구를 우선하는 상황에서 순수 연구는 경시되고 있습니다. 우수한 기초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ROI의 응용 연구보다 순수 연구를 강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