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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번역

번역과 고객 만족

번역 결과물은 번역사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번역사마다 번역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한국어 특성 상 차이가 더욱 커집니다. 이렇다 보니 번역 의뢰인, 즉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떤 고객은 부드럽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선호할 것이고, 또 다른 고객은 원문의 단어를 그대로 옮긴, 읽기에는 어색하지만 정확한 번역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또한, 번역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이 있고, 오랜 시간이 걸려도 되니 완벽한 번역을 필요로 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번역이 생각보다 빨리 완료되었다면 오타 등 작은 실수는 신경을 안 쓰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철자 오류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몇 장 안 되는 문서라면, 우선 빠르게 번역을 완료한 후 고객의 평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요구 조건을 다 파악한다 해도, 수정 사항은 어차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량이 적은 문서는 공문서가 아닌 이상, 클래임 발생 확률이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반면, 분량이 많을수록 고객이 원하는 바를 미리 파악하여 작업하는 것이 좋고, 일정 수량이 완성될 때마다 송부하여 피드백을 요청해야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원어를 어느 정도 살릴지, 최대한 한글화를 할지 등의 요소도 각 고객마다 선호하는 방향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경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맞춤 번역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면 어떻게 번역하면 될까요? 건설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설계·구매·시공을 뜻하며, 간단히 ‘EPC’라고 번역하면 됩니다. Lump sum turn key와 같은 표현도 검색해 보면 쉽게 적절한 번역 단어를 알 수 있습니다. ‘일괄턴키’ 혹은 원문 그대로 ‘럼섬턴키’라고 번역하면 해당 업계의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약회사 사내 문서의 번역을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번역 착수에 앞서 전반적인 내용을 보니, 약품의 포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친구에게 전화하여 포장이 왜 중요한 지 물어보았고, 이러한 특성을 번역에도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번역툴의 활용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 부분을 나눠 작업을 하는 경우는 물론, 혼자 전체 분량을 다 작업하는 경우에도, 특정 단어에 대한 번역이 매번 틀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라도스(Trados) 같은 유료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으며, 온라인 툴 중에서는 무료인 구글 번역사 도구도 일관성 있는 번역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많은 수정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대부분 받아 들이고, 수정본을 가능한 빨리 보내고 있습니다. 번역은 특성 상 애초에 100% 만족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고, 99% 만족도 달성을 위해 고객의 수정 요청은 어떻게 보면 필수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이지요. 또한, 이렇게 수정 요청에 정성스럽게 응한다면, 장기 거래 가능성도 올라갑니다. 특정 고객의 번역물을 계속 받다 보면, 해당 고객이 원하는 번역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맞춤 번역이 가능합니다. 또한, 동일 회사의 번역을 여러 번 하다 보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서 정확하고 빠른 번역이 가능하기도 하지요. 번역사 입장에서는 꾸준한 소득이 발생하고, 고객 입장에서는 매번 안정적인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으니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